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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얼른 필립을 쳐다보았다. 그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뭔가 지시를 내리자 경호원들이 탄 차량이 갑자기 방향을 틀어 좁은 길을 막아섰다. 그들의 뒤를 추격하던 자동차가 충돌을 피하기 위해 황급히 차를 돌리는 것과 동시에 총소리가 울리자 그레첸은 저도 모르게 플라스틱 물병을 꼭 움켜쥐었다.
[글쎄요, 몇몇 무례하고 잘난 체를 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소수의 사람을 가지고 전체를 판단하지는 마세요. 특히나 텍사스 사람들은 굉장히 겸손한 편이니까요. 텍사스가 다른 주보다 훨씬 뛰어난 것에 비해서는 말이에요.]
[오빠 외엔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었소? 친한 친구라도?]
그레첸은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매기는 하나도 즐겁지 않은 표정이었다.
다음 순간 필립은 고개를 돌려 프론트 데스크에 앉아 있는 호텔 직원을 슬쩍 쳐다보았다. 그와 시선이 마주친 호텔 직원은 개인적이고 은밀한 얘기라도 전하듯 손짓을 했다.
[셰이크가 피어스 허튼의 부인을 그녀의 양아버지에게서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그런 소문을 냈던 거라고 말이야.]
[그분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어요. 저도 병든 장미한테는 특별한 애정이 가거든요. 나한테는 병든 장미를 다시 피게 하는 재주가 있는 것 같아요.]
필립은 부드럽게 그녀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딱딱하게 굳어 있는 채였다.
[여기 사람들은 아무 데서나 담배를 피우나 봐. 보나마나 금연 구역 같은 것도 없겠지?]
그의 물음에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모로코가 이런 나라일 줄은 전혀 짐작도 못했어요. 정말 멋진 풍경이에요. 사람들도 모두 친절하고 예의가 바른 게 하얀 로브를 걸치고 아랍어나 베르베르어를 쓰지만 않는다면 한 고향 사람인 줄 알았을 거예요.]
그날 저녁 그녀는 몇 달만에 처음으로 옷차림에 신경을 썼다. 대릴이 그녀를 사랑하는 척 하면서 데리고 다닌지도 벌써 몇 달이 지난 것이다. 대릴과 관련된 기억은 그녀가 얼마나 어리석은지에 대한 증거와도 같았다. 그녀는 대릴에 대한 기억이 떠오를 때면 으레 그랬듯이 수치심에 휩싸였다.
그녀는 그의 말에 즉시 반박했다.
[아니, 없소. 그는 개화된 사람이오.]
